엄중(38)

해군 부사관 출신으로

학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같은 부산에 거주합니다

아직 한참 어린 딸내미 아빠로

용접 관련은 아니지만

조선소 근무 경력이 꽤 되어

현장 경험은 차고 넘쳐

용접 기술만 배워 취업에 성공한다면

그 다음은 별 걱정할 게 없는 친구입니다

학원 생활 초반에는

기량 향상에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약 5개월의 학원 생활을 하고 난

지금은 카본을 비롯하여

스텐레스 용접 기량까지

학원생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습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가장 예쁜 나이의 딸을 두고

먼 곳으로 취업하여

주말부부, 주말아빠가 되어야 하는

아쉬움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정말 운 좋게도 집에서 멀지 않은

학원을 거쳐

티그용접사로 데뷔하는 첫 단가는 25만원,

낮은 임금 때문에

남쪽 지방 사람들이 경기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요즘,

부산에서 단가 25만원이면 

찾아보기 힘든 조건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학원 갓 졸업한 초보자 누구든지

저 단가를 받을 수도

돈 많이 주는 데에는

분명 그럴만한 난이도가 있을 현장에서

무리 없이 잘 해낼 수도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렇게 틀에 박혀 정해진 과정처럼

용접학원에서도 3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숙련도는 뒤로 한 채

학원 자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학원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용접 훈련 절차만

수행하게 한 후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여기 저기 알아봐서

연결되는 곳으로

취업을 진행하고 나면 

일 못해서 빠르면

오전 근무 하고 짤리거나

늦으면 2~3일 일하고 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티그용접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할 만큼은 깨우쳤고

남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의 

연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현장 저 현장 다녀보면

쉽게 눈에 띄는

티그용접 경력 3~5년 정도 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중이 떠중이 용접사보다

훨씬 나은 기량을

이미 갖춘 상태에서 취업하여

이미 수도 없이 했던 위빙과 그리기로

쇠를 녹여 붙이는 작업을

장소만 바뀐 현장에서 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늘 출근 첫 날

 아침 출근 후 부터

현장 모습, 용접 재질,

용접 포인트와 난이도 등등

실시간으로 사진 전송 받으며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 첫날부터 주어진 미션,

꾸역꾸역 클리어에 성공하고 있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근거 있는 자신감이 붙게 됩니다

본인이 초보자라는 것은

본인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하루 이틀 하다 보면 걱정한 것 보다

내 실력이 쓸만하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그때부터가 진정한 티그용접사로서

커리어 시작인 것이죠

취업과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